한국 좀비물의 자존심, 킹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한국이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좀비 장르의 강국’으로 자리잡게 만든 대표작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 치밀한 정치 서사,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좀비 연출까지. 킹덤은 단순한 장르물 그 이상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좀비물의 위상을 각인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K-좀비 신드롬의 시작, 킹덤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좀비’라는 장르를 조선시대 정치극과 결합시키며 기존 좀비물의 문법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이로써 킹덤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한국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녹여낸 웰메이드 콘텐츠로 떠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킹덤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좀비 장르를 한국적인 정서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익숙한 좀비의 공포를 배경으로 하되, 그 중심에는 권력 다툼, 백성의 고통, 조선 시대 정치의 모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넷플릭스가 킹덤을 통해 겨냥한 건 단순한 한국 내 시청자층이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였다. 그리고 그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킹덤은 공개 직후 미국, 일본, 유럽 각국에서 ‘가장 많이 본 외국어 드라마’로 이름을 올렸고, ‘K-좀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한국 콘텐츠가 ‘한류’ 중심의 로맨스에서 벗어나, 장르적 확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대표 사례로 킹덤은 자주 언급된다. 이후 등장한 스위트홈, 지옥, 경성크리처 등도 킹덤의 뒤를 이으며 넷플릭스의 K-콘텐츠 흐름을 만들어냈다.
조선 시대 좀비물이라는 독보적 세계관
킹덤의 세계관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한국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픽션이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 말기의 정치 불안정, 궁중의 권력 암투, 그리고 백성들의 피폐한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 배경 위에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더해져 몰입감 있는 전개가 완성된다. 작품 속 좀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굶주림’과 ‘생존’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품고 있으며, 백성들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한 오락성 좀비물과는 결을 달리한다. 킹덤의 좀비는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구조적 병폐를 시각화한 상징물이다. 조선시대 궁중 정치 또한 이 작품의 핵심 축이다. 왕의 병세를 숨기기 위한 계략, 세자와 중전 사이의 권력 다툼, 조학주 같은 실권자의 야망 등은 정치 스릴러로서의 킹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또한 시리즈 전반에 걸쳐 연출된 조선시대 복식, 궁궐과 시골의 대비, 전통 무기 사용 등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며, ‘한국다운’ 좀비물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공포를 넘은, 문화 콘텐츠로서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이 인정한 K-좀비의 품질
킹덤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인기 있었던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해외 반응이 더욱 뜨거웠고, 이는 넷플릭스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오리지널 콘텐츠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개 이후 미국 LA타임즈, 뉴욕타임즈, 인디와이어, 로튼토마토 등 주요 매체에서 “혁신적인 좀비물”,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 평점 역시 매우 높았으며, 비평가와 대중 모두를 만족시킨 보기 드문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또한 김은희 작가의 촘촘한 각본과 김성훈 감독의 영화적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력은 글로벌 팬층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이었다.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김상호 등 이름만 들어도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며, 연기력 또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킹덤은 'K-드라마=로맨스'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스릴러, 공포,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복합 장르로 한국 콘텐츠의 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킹덤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지고 있으며, 후속작이 나온다면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률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IP로 성장해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한국이 단순한 콘텐츠 수출국이 아니라, 장르 창출이 가능한 창작 중심 국가임을 전 세계에 증명한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디테일, 정치적 메시지, 생존의 공포, 그리고 철학적인 물음을 담은 좀비물 ‘킹덤’은 지금도 수많은 시청자에게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앞으로도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킹덤이 보여준 장르의 융합과 깊이일 것이다. K-좀비물의 원조이자 자존심, 킹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